각 언론사마다 대선 예비주자들의 주요 현안에 대한 견해와 동태 등 일거수일투족을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으나, 일반 독자가 이들의 정책과 철학 등을 비교하며 세심히 검증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주요 언론들이 지지율이 높은 유력주자들만 집중조명하다보니 여타 후보들의 의견과 정책을 한 자리에서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은 후보들은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져 그들의 의견과 정책을 피력할 공간이 협소해지고, 이는 국민들의 무관심과 낮은 지지율의 고착화 등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는 독자를 포함한 국민들에게 공정하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언론의 책임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외교 관련 주요 현안에 대해 대선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주자들의 입장과 견해를 듣는 기회를 마련했다. 각 대선 예비주자들이 주요 현안에 대해 어떤 견해를 지니고 있고, 입장과 정책의 바탕이 되고 있는 기본적 철학은 무엇인지 독자의 냉정한 눈을 통해 검증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장이 언론 전체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이는 각 후보들의 철학과 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지렛대로 작용, 다가오는 대선의 판단에 있어 매우 소중한 정보로 작용할 것이다. (※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해외 일정, 천정배 의원은 한미 FTA 반대 단식 투쟁,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서면 답변을 잠정 중단한다는 후보들의 캠프 내 사정으로 인해 이번 답변에 응하지 못함을 공식 통보해 왔다. 질의에 응답한 대선 예비주자들의 순서는 무순임을 밝힌다.)
최근 한미 FTA가 체결됐다. 국가경제와 국민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정당을 비롯한 각 제 집단과 언론의 평가는 극명하게 대립되고 있어 국민들은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확한 기준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미 FTA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더불어 향후 한국사회에 미칠 영향, 그리고 적절한 대책이 있다면 밝혀 달라.
박근혜 “한미 FTA타결로 우리는 무한경쟁에 들어섰다. 이를 도약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국가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그 핵심은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제도와 규범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작은 정부, 큰 시장’이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에 걸맞은 ‘미래형 정부’를 만들고, 기업 환경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교육과 과학기술’에 아낌없이 투자를 하고, 노사관계를 안정시켜야 한다. 농업을 비롯해 몇몇 피해분야와 계층에 대해서는 철저히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나아가 다같이 글로벌 경제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정책과 환경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정동영 “‘대외적 개방, 대내적 민생복지’는 우리의 생존전략이다. 원칙적으로 한미 FTA체결에 찬성한다. 단기적으로는 변화의 두려움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농업, 수산업, 축산업 등과 같이 단기적으로 존폐의 위기를 겪는 산업 및 계층에 대해 대승적 차원에서, 그리고 사회적 완충망을 만들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전 국민의 적극적인 동참과 이해가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향후 지속될 각 국가들과의 FTA체결에 대비해서 통상법 절차의 전면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김근태 “한미 FTA협상이 미국 시한에 쫓겨 졸속으로 진행됐음이 밝혀지고 있다. 쌀을 지켰다는 자화자찬은 엉터리다. 쌀 개방은 원래 협상대상도 아니었다. 수입 쇠고기 원산지를 생산지가 아닌 도축지 기준으로 합의해 주고, 개성공단 생산물품에 대한 한국산 인정문제는 의견이 엇갈리고, 미국은 계속해서 협상내용 수정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10년 전, 준비되지 않은 OECD 가입이 IMF 외환위기를 불러온 것을 기억하고 있다. ‘묻지마 개방’은 안 된다. 상임위별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통해 협상안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협정체결을 일단 유보하고, 국익의 관점에서 ‘준비된 개방’을 해야 한다.”
김두관 “협정문을 보지 못한 상황에서 정확한 진단은 어렵지만, 현재 수준에서 볼 때 한미 FTA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 한국 경제는 장기적으로 미국, EU, 중국 3축 간의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또한 인도 등 새로운 시장을 중시해야 한다. 그럴 때 교역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런 전제를 놓고 볼 때 한미 FTA는 미국 측의 보완을 의미한다. EU와 중국과의 FTA 협상도 진행될 것이다. 가급적이면 충격이 적을 EU와의 FTA부터 추진해야 한다. 우리는 한미 FTA에 반대하는 주장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대책 없이 OECD 회원국에 가입했다가 외환위기를 초래했다는 역사적 경험도 무시할 수 없다. 국회는 협정문안을 기초로 철저하게 검증하고 따져서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 정부도 정보를 충실하게 공개하는 것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권영길 “경제효과에 대한 충분한 사전 연구는 물론 예상되는 피해산업 부분에 대한 대책마련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졸속으로 치러진 한미 FTA는 △의회와 이해당사자가 철저히 배제된 채 정부 독단 추진 △잃은 것만 있는 실패한 협상 △정부의 한미 FTA 장밋빛 환상의 홍보는 국민들의 객관적인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다. 현재 국회는 ‘한미 FTA 졸속 추진을 반대하는 국회 비상시국회의’라는 초당적 의원모임으로 한미 FTA 체결반대 및 국회비준동의거부를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비상시국회의는 협정내용에 대한 ‘객관적 검증’을 최우선 과제로 상정하고, 국회 차원에서의 ‘청문회’ 및 ‘국정조사’를 추진할 것이다.”
심상정 “한미 FTA 타결로 한국사회는 국민의 자발적 참여에 따른 공동체적 협력 체제를 포기하고, 시장의 강제 동원에 따른 무한경쟁 체제로 내몰리게 됐다. 한미 FTA로 양극화가 심화돼 서민을 절망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미국식 법제도 관행을 교환해 우리의 독자적인 경제발전 모델을 포기하게 된 것도 문제다. 협상 과정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대외적으론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닌 불균형 협상이었고, 대내적으로는 통상비밀주의에 따른 비민주적 협상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여론의 향배가 국회 역할에 달려 있다. 타결내용의 명확한 검증과 더불어 졸속협상의 시작과 끝까지 전 과정의 진상과 책임을 밝혀야 한다.”
노회찬 “한미 FTA 협상은 ‘쌍무협상’이 아니라 ‘3무(無)협상’이었다. 시작이 ‘무책임’했고, 과정이 ‘무능력’했으며, 결과가 ‘무이득’한 협상이었다. 졸속한 준비와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잘못된 협상목표 설정, ‘국익보다 강자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협상 태도, 국익에 도움이 안 된 협상결과가 ‘3무협상’의 근거다. 국회는 한미 FTA 협상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해 헌법이 부여하고 있는 국민대변자로서의 권한을 행사해야 하며, 그 결과를 가지고 한미 FTA 협정의 체결·비준 동의에 대한 국민들의 의사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국가의 교육정책은 국가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또한 교육은 사교육비 등 민생과 직결되는 주요 분야로 현재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현 정부는 형평성과 공정성 등을 근거로 3불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와 더불어 만약 3불정책이 수정되어야 할 교육정책이라고 판단한다면 그에 대한 근거와 대안을 밝혀 달라.
박근혜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맞아 교육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책의 변화를 꾀할 때다. 3불정책과 관련해서, 저는 과거의 본고사 부활은 반대한다. 하지만 대학의 자율적 학생 선발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고교등급제도 대학 진학률로 학교가 서열화 되어서는 안 되지만 적어도 학부모와 학생, 대학이 알고 싶어 하는 학교의 정보는 공개돼야 한다. 기여입학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지만, 국민적 합의가 있고 기여금이 가난한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쓰일 수 있다면 도입 여부를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도 있다.”
정동영 “현재 몇몇 대학들의 문제 제기로 불거진 ‘3불정책’의 존폐 여부가 우리 사회가 당면한 교육 현안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대학 간의 헤게모니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이다. 교육 경쟁력은 교육의 내용과 학생들의 학구열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기제들의 문제이지, 입시정책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대학의 경쟁력 저하는 일부 대학 관계자들의 주장처럼 ‘3불정책’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입학 당시의 대학 서열 순으로 동창회 사회를 양산하면서 학생들이 육법전서와 영어에 매달리는 이른바 ‘고시촌’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사회가 교육기회의 양극화, 이에 따른 직업의 양극화, 소득의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을 감안할 때 현재로선 ‘3불정책’의 유지가 불가피하다. 근본적으로는 ‘3불정책’을 뛰어넘는 학제 개편과 대학입시 제도의 폐지를 포함한 교육시스템의 전면개혁과 교육혁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근태 “3불정책 폐지 주장에 단호히 반대한다. 대학은 이미 학생선발권, 등록금 책정, 학사운영 등 자율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3불정책 폐지 주장은 유능한 학생을 독점적으로 뽑아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일부 대학의 얘기일 뿐이다. 이는 부모 재산으로 아이의 미래를 사고(기여입학), 선배의 성적으로 후배를 규정하고(고교등급제), 가르쳐야 할 대학의 책임을 학생에게 떠넘기자(본고사)는 발상이다. 대안 없는 3불정책의 폐지는 사교육 비대화, 공교육 부실화, 교육 양극화 등 감당할 수 없는 국면을 초래할 수 있다. 3불정책은 교육의 최소한의 공공성을 지키는 것이다.”
김두관 “3불정책 폐지 요구는 신귀족국가를 만들자는 얘기와 같다. 기회 균등을 부정하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분리해서 대한민국을 가진 사람들 중심의 제도로 만들겠다는 주장이다. 이는 학벌중심의 사회가 작동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본고사,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가 선진교육과 무슨 관계가 있나. 고교평준화 정책과 3불정책으로 대한민국 교육의 수준이 후퇴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오히려 학력이 상향 평준화됐고, 우리 사회의 민주적 역량이 높아졌다. 지식정보사회의 인재는 평준화 세대가 주인공임을 인지해야 한다. 이제부터 교육에 대한 논란은 사교육비 절감과 공교육 정상화 방안으로 모아져야 한다.”
권영길·노회찬(답변의 차이점이 크게 없어 공동답변으로 기술) “3불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3불이 깨지면 돈 없는 사람들은 대학 가기 힘들어진다. 있는 사람들은 광범위한 사교육과 특목고를 통해서 일류대학에 가고, 일류대 졸업이라는 사회적 권력은 다시 경제적 권력으로 세습되어 교육 양극화가 사회 양극화를 만들어내는 구조적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반드시 3불을 법제화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번 대선에서는 3불을 넘어서 교육 공공성을 강화하고, 대학 교육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각 정당이 제시하고 토론에 임해야 한다. 3불을 넘어서 대학서열체제 해체로 나아가야 한다. 대학 서열화로 인한 일류대 입시문제가 사교육비의 핵심 원인이다. 진정한 교육력은 어떤 학생들을 뽑을 것인가에 있지 않고, 어떻게 잘 교육하는가에 달려 있다.”
심상정 “대학입시의 근본적 문제는 오랫동안 고착화된 대학 서열화에 있다. 그런데 3불폐지는 대학서열화를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지금의 과도한 사교육 경쟁을 더욱 부추길 것이다. 본고사 문제의 본질은 학생선발권의 제약이 아니라 대학교육의 부실에 있다. 지금도 빈부 격차가 교육차별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여입학제는 기회 형평성이 강조되는 한국 상황에서 수용할 수 없는 제도다. 고교등급제는 미리 정해진 고교의 서열을 대학입시에 반영하는 신형 학교 '연좌제'라고 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3불 폐지가 아니라 조기에 3불정책을 입법화하는 것이다.”
북핵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보임으로써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현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리고 향후 예상되는 동북아 정세에 대한 견해를 밝혀 달라. 또한 급변하는 동북아 흐름에 있어 한국이 취해야 할 스탠스는 무엇이며, 이를 통해 주도적으로 선점해야 할 사항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박근혜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지역 국가 간 다자안보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동북아안보협력체는 변화의 과도기에 있는 동북아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역내 국가 간 대화와 협력을 증진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6자회담이 훌륭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저는 오늘의 한국이 매우 유리한 국제환경에 처해 있다고 본다. 불확실성이 많지만 우리의 주변 4강 모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고 있고, 글로벌화의 물결은 우리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지도자의 의지와 지도력이다. 이런 유리한 국제환경을 활용하여 튼튼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돌파구를 열고, 통일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신념과 의지를 갖고, 글로벌 시대에 신뢰받는 외교력을 가진 지도자만이 이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정동영 “2·13 베이징 합의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초기 이행조치가 진행되고 있으나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한국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북미 정상화의 길을 멈추지 않고 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한반도 평화체제와 같이 우리의 운명이 걸린 문제는 우리가 적극적·주도적으로 만들어 가야한다. 핵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당사자로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서 개성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핵 문제 해결과정에 동력을 부여하고, 남북관계도 한 차원 발전시켜야 한다. 남북관계가 정상화되고, 군사적 신뢰구축을 논의한다면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
김근태 “한반도에 중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북핵 문제의 해결과 북미 간 관계 정상화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남한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정착 실현과 동북아 번영의 시대로 나가기 위해 남과 북이 중심축 역할을 해야 한다. 남북관계를 한 단계 진전시키기 위한 남북정상회담의 재개와 정례화가 중요하다.”
김두관 “한반도에서 냉전 해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이 주변 강국의 이익과도 부합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경제성장을 우선가치로 두고 있는 중국과 동북아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미국은 북한의 해상봉쇄나 핵무장이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북미 양자회담과 6자회담, 그리고 남북 간의 대화 채널을 모두 가동하고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여기에 외교의 중요성이 있다. 4월 중에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다. 북의 주요 지도자들과 남북의 평화 번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오겠다.”
권영길 “현재 한반도는 분단체제가 청산되고, 정전 상태에서 평화체제로 가는 역사적 길목에 서 있다. 북미 자국의 사정에 따른 양국의 태도변화가 한반도에 봄을 부르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다. 냉전시대 한반도가 강대국 간 안보경쟁의 대리공간이었다면, 21세기 탈냉전시대 한반도는 대륙과 대륙, 해양과 해양이 교류하는 허브가 되어야 하며, 될 수밖에 없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한반도 평화에 따른 자국의 이해가 분명하기 때문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는 6자회담이 향후 동북아평화안보공동체 혹은 동북아경제협력공동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한국이 취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 정상화를 통한 남북주도의 한반도 평화체제구축 및 한반도 경제공동체 구성의 첫 삽을 뜨는 것이다.”
심상정 “현재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는 표면상의 변화가 아니다. 기존의 힘을 앞세운 대북 적대정책이 외교정책으로 변화한 것이다. 앞으로 많은 난관이 있겠지만 북한과 미국은 수교를 향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지난 2·13 합의 이후 한반도는 평화체제라는 새로운 역사적 대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평화를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만드는 것이 정치권의 역사적 책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선은 미래 한반도의 평화경제공동체 비전이 활발하게 제시되고, 나아가 남북이 동북아를 비롯한 세계의 이웃과 함께 하는 새로운 호혜공동체를 논의하는 평화정책의 향연이 돼야 한다. 정치권은 천박한 냉전주의와 색깔론부터 무력화시키고, 남북을 대결의 역사로 만들어 온 낡은 제도와 관행을 봉인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은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한다는 당위의 문제다.”
노회찬 “6자회담,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에 있어 핵심적인 변수는 북미 관계다. 북일 관계는 아베 정부의 잇따른 문제로 당장 개선이 될 것 같지는 않다. 6자회담을 모체로 하고 있는 동북아 다자간 협의체는 동북아지역의 평화안보 공동체로 발전시켜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한미동맹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한미군사동맹의 적절한 해소없이 6개국이 참여하는 동북아 평화안보공동체는 이루어질 수 없으며, 설령 틀이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힘을 발휘할 수 없다. 대북 정책은 그동안의 성과를 잘 계승하고 전면적인 남북교류협력 시대를 열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남북 정상회담이 조속히 개최돼야 한다.”
현 대선구도는 일방적인 한나라당 독주 체제다. 이른바 ‘빅2’로 불리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양강 체제로 흘러가고 있다. 이러한 구도가 대선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구도로 이번 대선이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하는가. 그리고 이번 대선이 내포하고 있는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판단하는가.
박근혜 “앞으로 여권 후보가 부상하면 구도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본다. 다만 여권의 상황이 너무 어지럽고 복잡하기 때문에 어떤 시기에 어떤 구도가 만들어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우리나라를 당당한 선진국의 반열로 올려놓는 ‘선진화’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화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민의 역량을 갈라놓는 리더십으로는 경제를 살리는 것도, 선진국 도약도 불가능하다. 국가 지도자가 국민화합의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우선 도덕적으로 신뢰를 받아야 한다. 이 신뢰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에 충실하면서, 코드에 상관없이 옳은 의견은 사심 없이 정책에 반영하고, 능력있는 사람은 가리지 않고 쓸 때 국민화합을 이룰 수 있다.”
정동영 “범여권의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대통합의 과정에 있다. 후보가 확정되고, 진영이 갖추어지면 상황은 변할 것이다. 핵심은 구도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비전이다. 시대정신을 제대로 담고 있는가, 국민들에게 가능성 있는 정책으로 인정되는가, 누가 국민의 편인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평화체제와 민생경제·서민경제라고 판단한다. 탁상정치가 아닌 현장정치, 생색정치가 아니라 서민의 마음을 아는 서민정치가 필요하다. 철책선을 그대로 두고 한반도의 평화도, 경제도, 미래도 없다는 점을 절감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평화를 통해 성장을 달성하고, 성장을 통한 과실을 다 함께 나누는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다.”
김근태 “결국 범민주개혁양심세력과 한나라당을 비롯한 수구보수진영과의 대결구도가 될 것이다. 번영과 평화라는 시대정신에 화답해야 한다. 번영은 추가 성장을 통해 가능하다. 기업은 새로운 성장을 위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노동자는 상생협력의 노사문화 정착을, 정부는 제도적 보완책 마련을 약속하는 사회 대타협이 필요하다.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 평화가 밥이다. 남북관계 발전, 북핵문제 해결, 북미관계의 진전 등 다가오는 한반도 평화시대를 이끌 준비가 되어 있는 세력은 범민주개혁양심세력이다. ‘국지전 불사’ ‘개성공단 폐쇄’를 외치는 냉전세력은 자격이 없다.”
김두관 “한나라당의 독주체제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막을 내릴 것이다. 국민은 여전히 한나라당의 집권능력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범여권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과 대통령의 강력한 국정 장악에 힘입어 범여권의 대선후보가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 범여권은 사분오열되어 있고, 열린우리당이 전당대회에서 대통합 당론을 정했음에도 성과는 별로 없다. 당분간 이런 흐름은 지속될 것이지만 대선이 가까워 오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다.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낡은 체제’를 극복하는 것이다. 한반도 전체로는 전쟁상태를 종식하고, 평화체제를 수립해야 한다. 내적으로는 낡은 기득권 체제를 대신해 새로운 사회지배구조를 형성해야 한다. 한미 FTA 체결 등 개방 확대에 따른 난관을 해결하고, 서민층의 계층상승이 가능한 사회인 실질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권영길 “평화보다는 냉전을, 분배적 정의보다는 양극화에 기반을 둔 경제성장을 주장하는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 거품은 쉽게 사라질 것이라고 본다. 이번 대선을 관통하는 시대정신은 한반도 평화와 사회 양극화 해소에 있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 5년 동안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정부와 보수정당의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너무도 큰 고통과 두려움에 살았다. 평화가 곧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내지 못하고, 사회 양극화를 위한 과감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대선에 등을 돌릴 수도 있다.”
심상정 “한나라당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으나 내용적으로 보면 노무현 정권의 실정과 실패에 대한 반사 이익이 크다. 여전히 다수 국민은 진정한 서민정당과 정책정당, 그리고 평화정당의 새로운 리더십을 갈망하고 있다. 대선이 가까워오고 후보군이 정리될수록 국민은 보다 냉정하게 이 나라를 이끌어갈 새로운 리더십을 꼼꼼하게 평가할 것이다. 누가 사회 양극화를 치유할 적임자인지, 누가 평화시대를 주도할 정책을 제시할 수 있는지, 그리고 누가 신자유주의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 국민은 냉정하게 평가할 것이다.”
노회찬 “한나라당 주자들은 낡은 개발주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혁적 이미지, 진보적 이미지로 포장되어 있다.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40%에 가까운 국민들은 여전히 진보적인 후보를 열망하고 있다. FTA 현안으로 확인되었듯이 미국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신자유주의 세력과 민주노동당을 대표하는 반신자유주의 세력의 구도로 이번 대선이 전개될 것이다. 강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신자유주의의 확산을 막는 것이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이라고 본다.”
김기성 기자 (kisung0123@newsone.co.kr)
※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사실상 철회 의사를 밝힌 헌법개헌 문제와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 등 인터뷰 전문은 지면 관계상 본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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