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해양도시 부산이 푸른 녹색도시를 꿈꾸고 있다. 그 동안 부산은 학계와 시민단체, 현장업계, 언론, 그리고 시민들로부터 회색도시로 비난 받아왔다. 그런데 부산이 회색의 옷을 푸름의 옷으로 갈아입는 대변신을 준비 중이다. 물론 투자되는 사업비와 조직 등 재정 및 행정적 지원은 예전에 비해 크게 나아진 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의 지형적 요건에 걸맞은 새로운 도심조성을 위해 현장 중심의 실현성 있는 정책을 수립하고, 범시민 참여를 독려해 실현해 나가고 있다. 이 일선에서 부산시 녹지공원과가 뛰고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녹색도시 부산의 꿈을 버리지 않고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 게임, 그리고 2005년 APEC 정상회의 개최 등 대표적 국제행사를 개최하면서 도심 내 녹화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2002년에는 아시안 게임 주 경기장과 경륜공원, 강서 체육공원, 그리고 기장 체육공원 등 부산에 소재한 주요 경기장 주변에 공원녹지를 조성하여 시민들의 여가 및 휴식 공간으로 제공했다. 또한 ‘푸른부산 가꾸기’ 사업이 민관 협력으로 전개돼 교차로 녹화와 중앙녹지분리대 조성, 쌈지공원 조성 등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지난 2005년에는 APEC 나루공원과 동백공원, UN 평화공원 등을 조성해 시민의 품에 안겨 주었다. 이후 온천천 시민공원과 낙동강 고수부지, 수영천 고수부지 등을 조성하여 도시 녹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고, 주변 생활환경이 좋아짐에 따라 많은 시민들이 이곳을 주거지로 선호하는 결과를 낳았다. 부산의 주변 환경이 쾌적하고 상쾌한 녹색의 색깔로 점차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국제행사가 있는 기간에 일회성으로 그쳤다며 아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산환경연합 관계자는 “녹화사업 진행에 필요한 예산과 조직 등을 비교분석해 본 결과 국제행사가 있은 2002년과 2005년에만 일순간 늘어났다”며 “꾸준한 지원과 투자가 지속되어야 할 녹화 사업이 단기간에 그친 것은 무척 아쉬운 대목이다”고 말했다.
실제 부산은 선진외국의 사례는 차치하고서라도 국내 타 지자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원녹지율이 지극히 낮은 실정이다. 시대 흐름에 맞는 푸른 환경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산과 바다 등 천혜의 자연 환경적 요인이 없었다면 부산은 죽은 회색도시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조재우 교수는 “녹색도시 부산의 가장 걸림돌은 예산과 조직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는데 있다"며 "이는 시 당국의 정책의지 결여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공원녹지는 도시의 이미지 제고 및 브랜드 가치로 연결되는 중요한 인프라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 낮다”며 시민의 관심과 참여문제의 빈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녹지공원과 안홍준 과장은 “타 지자체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서 뛰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어진 조건 속에서 실현가능한 정책 개발과 현장 접목에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근대화 과정에서 체계적 도시계획 없이 발전해 온 부산의 역사과정도 녹색도시로의 변모에 어려운 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과장의 주장차럼 무조건적인 비판만으로는 해결책을 모색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부산발전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부산은 6.25 당시 한국의 수도 역할을 하면서 수많은 피난민이 내려와 무분별하게 거주하였다”며 “달동네와 판자촌 등 이들의 거주는 지역 정착으로 이어졌고, 이에 따라 제대로 된 도시계획 없이 지금까지 흘러왔다”고 분석했다. 계획도시가 아닌 특성상 실제로 이용 가능한 녹화부지가 상당히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부산은 녹화용지 뿐만 아니라 도시 개발에 이용 가능한 산업 부지 등 땅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부산의 도시발전과정에 따른 도심 녹화용지의 절대 부족, 예산과 조직 등 행정적 지원의 미비, 그리고 시민들의 무관심이라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 녹색도시로의 현실적 대안은 무엇이 있을까. 이에 대해 동아대 도시조경학부 김승환 교수는 “부산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 현실에 맞는 체계적 녹색도시 구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부산대 조 교수는 “옥상녹화와 벽면녹화, 담장 허물기 등 용지 확보와 대규모 예산 지원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사업들을 먼저 체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인간 위주의 도심공간 조성을 위해 차량통행을 억제하는 공급 위주의 교통정책도 원도심 재생에 큰 몫을 기여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한 방안으로 주차장 축소와 주차비 대폭 상향 등을 제시했다.
부산시 녹지공원과도 현실적 방안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부산시 녹지공원과가 작성한 ‘2007년 녹지·산림·공원 업무 계획’에 따르면 ‘2020 부산 녹화 마스터플랜’에 따른 단계별 녹화사업 추진을 세부적으로 계획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도시녹화조경 사업 6개 유형 16개 사업을 들여다보면 △올림픽 교차로 등 화단녹화 △담장개방녹화사업에 따른 지속적인 학교담장 허물기 △푸른 솔밭 어린이 공원 조성 △역세권 주변 쌈지공원 조성 △강변도로 등 가로수 조성 등 현장에 접목 가능한 실질적 정책이 수립되어 있다. 이 중 ‘학교담장 허물기’ 사업은 폐쇄의 상징인 담장을 허물고, 녹색단지로 꾸밈으로써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 시민의 쉼터 역할 등 그 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 담장이 허물어진 학교는 낮에는 학생들이, 그리고 저녁에는 지역주민들이 이용하는 생활권 휴식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추진된 이 사업은 2006년 말까지 47억 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해 초등학교 25곳, 중학교 11곳, 그리고 고등학교 4곳 등 총 40개 학교의 담장을 녹색공간으로 바꾼 성과를 거두었다. 올해는 그 예산을 48억 원으로 대폭 늘려 35개 학교의 담장을 허물 계획이다.
또한 △시민과 함께 하는 나무심기 △나무시장 운영 △시민녹화교실 운영 △내 나무 갖기 캠페인 등 다양한 시민참여형 행사와 홍보를 통해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산림자원의 체계적 관리로 산림문화 휴양 공간을 조성하고, 시민의 욕구에 부응하는 생활권 내 공원녹지 확충과 관리에도 전력을 쏟을 계획이다. 이 중 미군부대 부지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시민의 힘으로 조성될 16만여 평의 대규모 부산시민공원은 향후 국제해양도시 부산의 위상을 높이고, 시민들의 품에 되돌려 줌으로써 쾌적하고 편안한 쉼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푸른 녹색도시 건설을 위해 매진하고 있는 부산시 녹지공원과에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할 때다.
김기성 기자 (kisung0123@newsone.co.kr)
[interview] 부산시 도시계획국 녹지공원과 안홍준 과장
녹지공원과의 주요 업무는.
“최근 들어 푸르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추구하는 시민들의 욕구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시민적 요구를 수렴해 정책화하고 현실화해야 할 책임을 행정이 지고 있다. 시민 여론에 부흥하는 쾌적하고 친환경적 녹색도시 조성을 통해 ‘살아있는 부산’, ‘생동감 있는 부산’을 추진하는 부서가 바로 녹지공원과다. 이는 시민 중심의 행정에서 비롯된다. 이를 위해 조경기획, 녹지, 산림, 산림방제, 공원관리, 공원조성의 6개 팀 25명의 직원이 일선에서 뛰고 있다. ‘부산의 심장’이자 ‘부산의 허파’인 부산 녹지환경 전체를 담당하기 때문에 그 책임이 무겁다.”
중장기 시책 방향은.
“부산시는 ‘부산발전 2020 비전과 전략’이라는 큰 틀의 중장기 발전 전략을 수립했다. 이는 하야리야 부대 부지에 건립 예정인 부산시민공원과 불광산 도시자연공원, 금정시민공원, 몰운대 낙조관광공원, 호암근린공원, 통일아시아드 공원 등 대규모 공원 조성과 함께 곳곳에 쌈지공원을 활성화시켜 푸름이 있는 생활공간을 조성하겠다는 정책의지의 표현이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시의 공원녹지율을 62%, 시가화 구역 내 1인당 공원면적을 3.0㎡, 그리고 시가화 구역 내 녹지율을 15%로 끌어올리겠다.”
부산의 도심에 녹지가 상당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지적을 달게 받겠다. 계획도시가 아닌 특성상 실제로 이용 가능한 녹화부지가 상당히 적다. 그러나 부산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녹지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현장에 접목할 시에도 부산의 태생적인 지형여건을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 부족한 녹화용지를 무리하게 확보하는 것보다 생활권 주변의 녹화대상지를 발굴하여 도심 녹지율을 높이고, 자연환경에 어울리는 시민편의 공간을 조성하고, 범시민 녹화사업 참여 프로젝트를 제시해 시민참여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 이것이 실현가능한 방안이다. 이를 통해 생활권 내 체감녹지의 확대를 꾀하겠다.”
타 지자체에 비해 부산시는 녹화사업을 통한 푸른도시 부산 만들기에 관심이 낮다. 이는 공원녹지 투자율을 비롯해 녹지공원과에 배정된 예산 규모에 잘 나타나 있다. 열악한 현실적 조건 속에서 녹색도시 부산이 가능한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사업비를 부서 차원에서 올리고, 그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으나 시 재정이 어렵다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안타깝게 생각한다. 재정적 요건이 갖추어지고, 지원이 활발히 이루어진다면 좋겠지만 주어진 환경이 어렵다고 일을 추진하지 않을 수도 없지 않은가. 저비용고효율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추진해 나가겠다. 녹색도시 부산을 향한 우리의 의지는 확고하다.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권 내 녹화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겠다. 이러한 정책적 사업이 지속된다면 녹색도시 부산도 먼 미래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글 | 김기성 기자 (kisung0123@newsone.co.kr)
해외 사례를 통해 바라 본 ‘녹색도시의 꿈’
21C로 접어들면서 우리는 푸르고 쾌적한 삶의 환경을 그 무엇보다 최상의 가치로 삼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여론을 적극 수렴하고 있는 세계 주요 도시들은 개발 중심적 논리에서 탈피해 생태환경도시인 녹색도시를 꿈꾸며 저마다의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의 채터누가와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일본의 미나마타 등은 과거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공해도시였다.
1970년 중반 채터누가의 폐렴환자 수는 미국 평균의 3배를 넘었다. 1930년경 슈투트가르트는 산업공해가 상공을 뒤덮어 주택용 땔감 사용을 중지하는 법을 제정할 지경에 이르렀다. 채터누가시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공업지역에 나무를 심고, 대규모 수족관을 만들고, 무공해 전기버스를 개발했다. 슈투트가르트시는 오염된 공기를 날려버릴 수 있는 '바람계획'(wind plan)을 실시해 1시간마다 1억9000㎥의 신선한 공기를 도심부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악명 높던 공해도시가 생태환경도시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 정책의 단초는 관료나 전문가가 아닌 공해도시에 살고 있는 한 학생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도시를 살리는 데 한몫 했다는 얘기다. 도시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과 시민의 참여가 어우러질 때 그 효과가 극대화 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 외에도 꾸리지바와 시카고, 칼하세, 샤프륄, 레즈워드와 엘윈, 그리고 밀턴케이스 등 현재 세계적인 녹색도시로 불리는 곳들도 이전에는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도시들은 정확한 문제 진단과 더불어 각 도시 환경과 조건에 맞는 대안을 설립, 체계적으로 문제점을 고쳐 나갔다. 차 없는 거리를 만들고,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고, 하천을 되살리기 위해 생활하수와 산업폐수 방류를 엄격히 제한했다. 또한 각종 규제와 지원의 정책을 통해 도시의 쓰레기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산림을 풍부하게 재생시켰다. 그 결과 오염이 심해 하수구 냄새를 풍기던 도심의 죽은 하천에 자연의 물고기가 되돌아오고, 도시 전체는 울창한 푸름으로 뒤덮였다. 생명력있고 생동감있는 생태환경도시로 다시금 태어난 것이다.
부산대 조경학과 조재우 교수는 “문화와 환경, 그리고 관광은 미래 도시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3대 요소”라며 “특히 환경은 그 도시의 문화와 관광을 결정짓는 핵심적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3대 요소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인프라가 아니다”며 “앞을 내다보는 거시적 정책 마인드 하에 수립된 체계적 정책지원을 통해 오랜 시간 노력할 때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에 의하면 이는 환경정책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마스터플랜에 따라 모든 정책이 이를 적극 뒷받침할 때만이 상호 간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푸른 도시 조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시민 차원의 적극적 참여도 필수 요소다. 그는 일례로 도시의 교통정책을 들었다. 조 교수는 “수요 중심이 아닌 공급 중심의 교통정책은 도심의 환경을 개선할 좋은 대안이다”며 “도심에 진입하는 차량을 제한하고, 차량 위주의 도로를 가로녹지로 변경시켜 인간 중심의 도심문화권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사례는 ‘엘도라도의 땅’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가 대표적이다. 모든 우선 순위에 차가 아닌 사람을 두는 정책을 펴고 있는 보고타는 일요일마다 차 없는 풍경을 연출해 거리마다 초록빛 활기가 넘쳐 난다.
우리나라도 변모하고 있다. 자연의 새 싹을 틔우기 위해 각 지자체마다 환경개선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청계천 복원으로 생명력을 불어넣은 서울을 비롯해 공무원이 앞장서서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창원, 죽었던 태화강을 다시 살려 공해도시에서 생태도시로 변모한 울산, 그리고 가로녹화 사업으로 분지 특성상 더욱 심했던 도시열섬화 현상을 크게 개선시킨 대구 등은 국내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색도시를 향한 우리의 갈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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