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 블루오션을 찾아 개척하라

한국관광, 블루오션을 찾아 개척하라

2007-01-29 17:56:09

최근 각국 도시경제의 성장 동력이 제조업에서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전환됨에 따라 서비스 산업, 특히 의료서비스와 휴양·레저·문화 등 관광활동이 결합된 복합 산업 형태의 의료관광(Medical Tourism)이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일반관광에 비해 의료관광은 관광객의 체류 기간이 배가량 길고, 지출액 규모가 10배가량 높아 저비용고효율의 친환경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수입증대와 인구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삶의 질’을 최고의 가치로 꼽는 시대적 흐름을 정확히 파악해 블루오션 시장을 개척한 미래지향적 산업이라는 찬사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싱가포르와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 등 주요 아시아 국가들은 ‘세계의 의료허브’를 꿈꾸며 의료관광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대규모 예산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행정지원을 통해 육성하고 있다. 이는 의료관광 산업의 높은 성장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한 투자이다.

현재 한국의 의료계와 관광 산업계 등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지금이라도 한국이 전략적 산업으로 의료관광 시장을 개척하고 선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한국의 의료수준이 세계적 수준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고, 의료단가의 가격 경쟁력 및 천혜의 자연환경을 결합한 휴양 리조트 등 관련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연계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현실적 판단에 기인하고 있다. 또한 최근 의료법이 완화되고 의료시장이 개방되면서 대내외적 환경이 갖추어졌다는 사실도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작용한다.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송재호 원장은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비용과 상대적으로 높은 의료기술 수준, 천혜의 자연환경과 휴양 여건 등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관광국으로 발돋움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는 각 산업 간 연계 시스템과 대외적 홍보, 유치 전략, 그리고 국가 차원의 지원 등이 부재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국관광, 이대로는 안 된다
국제관광은 현재 하루에 20억 달러 이상 수입을 창출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수출 산업 중 관광은 전 세계 재화와 용역 수출 총액의 6%를 점유하고 있으며 연료, 화학, 자동차에 이어 4위를 차지하는 산업 분야로 급성장했다.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지난 1950년 불과 2530만 명에 불과했던 국제 관광객이 2005년에는 약 32배가 증가한 8억800만 명을 기록하였고, 지출 규모도 1950년 21억 달러에서 2005년에는 6820억 달러로 약 320배가 증가하는 폭발적 성장을 보였다. 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관광수요 규모에 있다. 호원대 관광레저학부 장병권 교수는 ‘한국관광의 현안과 과제’에서 “국제관광의 규모가 2010년 10억 명, 2020년에는 15.6억 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주요 국가는 관광산업을 국가의 주요 전략산업으로 선정하고, 증가하는 국제적 수요와 콘텐츠에 맞는 관광 상품을 개발해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늘어나는 국제관광 규모와 비교해 볼 때 한국관광의 현주소는 어떠할까. 세계여행관광협의회(WTTC)에 따르면 2003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중 관광산업 비중은 12%에 달했다. 오는 2008년에는 20%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GDP 비중은 2004년 기준으로 4%에 불과한 실정이다. 주요 경쟁국인 일본은 9%, 중국은 10%이다. 이에 대해 한국관광공사 김종민 사장은 “수치에서 보듯이 세계 경제대국들은 하나같이 관광강국이지만 한국만큼은 무역규모에 걸맞지 않게 관광산업에 있어 후진국이다”며 “부끄러운 자화상”이라고 말했다. 뿐만이 아니다. 관광공사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을 기준으로 내국인의 해외 관광은 1059만 명을 기록했다. 12월 출국자를 감안한다면 1100만 명 이상이 출국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14% 상승한 수치다. 반면 외국인 한국관광의 경우 566만 명으로 전년 대비 2.7% 성장에 그쳤다. 2005년 한해 입국한 외국인은 602만 명, 2006년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정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수지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 지난해 11월까지 관광수지 적자는 69억 달러에 달한다. 2005년 관광수지 적자는 63억 달러로 9.5%나 적자폭이 늘었다. 12월 적자폭을 감안한다면 70억 달러 이상의 관광수지 적자가 예상된다. 즉 한국 국제관광의 기형적 성장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환율 강세와 비자 문제 등 외부적 환경 변화도 주요 요인이지만 국제관광 수요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기존 콘텐츠에만 머물고 있는 것이 본질적 원인”이라며 “국제관광시장을 주도할 아이템 발굴과 국가의 재정 및 정책적 지원, 그리고 관광에 대한 국가와 시민들의 마인드 변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에서 대안을 찾아라
한국관광의 위기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감하면서 그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유지윤 책임연구원은 ‘관광산업 복·융합화 촉진 방안’을 통해 “의료관광은 관광산업 구조의 고도화 및 고부가가치화를 선도할 블루오션으로 한국관광이 대안으로 삼고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할 미래형 산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보고서를 보면 아시아 지역의 관광수요 증대와 함께 의료관련 지출액이 급증하면서 1999년 3900억 달러에서 2019년에는 6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며 “특히 고령화가 진전되고 의료비 부담이 높은 선진국에서는 1인당 의료비 지출액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치료를 요하는 이들이 보다 저렴하고 우수한 의료진을 찾아 다른 국가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즉 의료관광 시장의 높은 잠재력을 보고 우리가 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평택대학교 경상학부 김기홍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의료와 관광을 연계해 성공한 대표적 국가로 꼽히는 싱가포르와 태국의 해외 사례를 통해 성공의 원인을 파악하고, 시급히 우리 현실에 맞게끔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싱가포르 관광청의 자료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관광청과 경제개발위원회, 무역개발국 3개 국가 기관이 공동으로 ‘아시아 의료허브’ 추진 프로그램으로 ‘싱가포르 매디슨’을 설립하여 의료분야에 대한 신규투자 촉진과 의료산업 확대, 해외에 대한 의료 마케팅 및 채널 구축, 그리고 자국의 의료관련 종사자들의 해외진출 활동 지원 등의 다각적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 정부는 민간의료기관에 대한 각종 규제들을 과감히 철폐하고, 외국인 환자를 위한 ‘one-stop’ 치료 시스템 구축, 각 국가들과 환자의뢰협약을 맺는 네트워크 병원 확대, 외국 우수 의료진의 영입, 의료기술 표준화와 진료비의 투명화, 그리고 불필요한 진료를 규제하는 내부 감사체계 강화 등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는 2004년 27만 명의 해외환자를 유치하여 약 2.9억 달러의 외화수입을 실현하였고, 2012년까지 연 100만 명의 해외환자 유치와 30억 달러의 의료관광 수익, 1만3000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의료관광 육성에 나서고 있다.

 

태국은 수출진흥국과 관광청, 복지부 등 정부 기관과 민간병원협회의 치밀한 준비와 협조를 통해 의료서비스와 스파·마사지 등 건강 관련 서비스를 연계하는 전략으로 2005년 128만 명의 해외환자를 유치하고, 약 8.9억 달러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태국은 차별화된 틈새시장 전략으로 선진국 고령자를 타깃으로 선정하고, 풍부한 관광자원을 활용한 장기투숙 및 요양을 위한 휴양리조트, 여가 프로그램, 일대일 간병 등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태국은 이러한 의료 서비스뿐 아니라 건강관리 서비스와 허브상품 판매 등 세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그 수익이 매년 30%씩 성장할 것으로 태국 관광청은 전망하고 있다. 또한 의료관광을 국가적 전략 사업으로 육성하면서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재정난에 시달리던 민간병원들이 위기를 벗어나 성장을 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의료관광’으로 나설 때다
유 연구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서비스가 공공재라는 인식과 각종 규제로 인해 민간병원들이 의료관광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각종 규제 일변도의 의료정책을 지원 위주로 바꾸고, 수준 높은 의료기술 및 자연환경, 특급호텔 등 우리가 의료관광국으로서 가지고 있는 훌륭한 자산을 국가적 차원에서 고부가가치 의료관광 상품으로 개발·홍보하고, 잠재 고객들에 대한 체계적인 유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그 동안 의료서비스 정책이 국민의 기본적 의료 욕구를 충족시키는 공공재 차원에서 추진되어 왔고, 의료법상의 규제도 복잡해 의료서비스의 산업화가 진행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며 “대다수의 의료기관이 해외관련투자 관련 정보에 어둡고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 능력 등 세계화 전략이 부재한 것도 의료 산업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이라고 분석하며 유 연구원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리고 그는 △선진국 수준의 의료제도 △의료 인프라 구축 △대외적 홍보 △의료사고 대비방안 △통역 등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무엇보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와 관련기관의 법적·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지난해 말 정부가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을 통해 의료관광·크루즈·국제회의 등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3개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은 고무적이다. 재정경제부 홍보기획팀 임현수 팀장은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부는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 상반기 내에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의료기관의 광고허용범위 확대 및 의료분야 전문 관광통역안내사 제도 도입 등 제도개선에 나서고 국내병원의 외국인 환자에 대한 보호장치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의료관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우리들 병원과 청심병원은 민간병원에게 모범적 선례를 남기고 있다. 그리고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원하고 있는 무주 메디컬센터와 제주국제자유도시 내 휴양형 리조트, 원주 양·한방 의료과학단지, 그리고 양산의 제2부산대학병원 등 복합 의료관광단지 개발이 완료되면 한국의 의료관광 인프라는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의료관광은 국가적 이미지 제고 및 고용창출, 그리고 연계되는 산업의 활성화 등 그 기대효과가 크기 때문에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청년실업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한국관광이 의료관광을 통해 도약의 기회를 맞느냐, 다시금 침체의 길로 빠지느냐는 기로에 서 있다. 의료관광산업이라는 거대한 블루오션을 공략하고 선점해 세계 관광지도의 판세를 바꿀 절호의 기회가 지금 우리 눈앞에 있다.  

김기성 기자 (kisung0123@newsone.co.kr)

by 짱구0123 | 2007/05/08 10:46 | 문화관광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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