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IMF 구제금융 이후 신자유주의 가치가 사회 전반에 강제되면서 실직과 고용 불안 등은 일상화되었고 그 과정에서 서민의 박탈감과 상대적 격차는 확대되었다. 이른바 ‘양극화’가 진행된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 경마, 로또를 비롯한 갬블산업과 사행산업의 규모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최근 광풍으로 전국을 강타했던 ‘바다이야기’가 대표적 사례다. 이는 경제적 여건이 미흡해짐에 따라 ‘한탕주의’가 득세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경제적 상황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부산은 6대 광역시 중 지역생산규모가 현격히 낮은 일종의 ‘소비도시’로 규정 가능하다. 이와 관련, 부산대 경제학과 황한식 교수는 “주요 생산시설의 부재 및 산업생산력의 약화, 그리고 자영업의 높은 비율 등은 부산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이며, 이는 부산의 장기 경기침체로 연결되고 있다”며 “이러한 산업 능력의 부재는 여러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사행산업의 성행이다”고 말했다. 사회경제·구조적 측면으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배금적 한탕주의와 대박의 환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탕주의’로의 유혹은 자금 마련을 위한 각종 2차 범죄 및 가정의 붕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악순환의 반복’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9월 30일을 기점으로 부산경남경마공원이 개장 1주년을 맞았다.
본지는 2005년 11월 호에서 ‘부산경남경마공원, 도박자 양성소인가’라는 심층취재를 통해 건전한 레저문화 조성은 뒷전인 부산경남경마공원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도박공화국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러한 우려와 지적은 지난 8월 ‘바다이야기’ 파문으로 현실화되었고 그에 따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번 기획보도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번 11월 호에서는 경륜과 경정, 로또, 카지노 등과 함께 국가가 시행하는 5대 갬블산업인 경마산업 전반의 문제점과 쟁점, 특히 장외경마장을 통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전국의 도박화’에 관해 심층분석을 해본다.
도박인가, 레저인가 좌충우돌
8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가진 한국 경마가 기로에 서 있다. 건전한 레저 문화를 창출하는 고급 레저 스포츠로서의 도약이냐, 아니면 사행성 도박 산업으로의 멍에를 계속 짊어지고 가느냐의 중대 갈림길에 봉착해 있는 것이다. 경마에 대한 정의는 도박으로 보는 시각과 레저 스포츠로 바라보는 양립적 관점으로 구분된다. 이는 경마가 지닌 순기능과 역기능 중 어느 것을 더 부각시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대체적으로 정부당국과 경마산업계는 경마의 순기능을 강조하는 한편, 언론을 비롯한 시민사회는 경마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한다.
KRA(한국마사회) 이우재 회장은 지난 6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일반적으로 경마를 사행성을 부추기는 도박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실제 경마는 친구 및 가족들과 함께 즐기는 건전한 레저 스포츠”라고 그 성격을 정의했다. 경마산업계는 경마를 도박으로 간주해 규제를 강화해 나갈 경우 그 동안 담당해왔던 순기능, 예컨대 축산발전이나 수익금의 사회 환원, 지방 재정 기여, 그리고 건전한 오락의 제공 등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KRA측 자료에 따르면 국내 마필산업의 총 산업유발 효과는 6조 1000억 원에 이른다. 또한 마필산업을 기초로 해 시행되고 있는 경마산업의 총 매출은 5조1500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1조1235억 원이 국세와 지방세, 축산발전기금, 농어민 복지사업 및 기타 기부금의 형태로 사회에 환원됐다. KRA 홍보팀 노병준 과장은 경마에 내기적 요소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경마로 인한 이익의 사회 환원 등 순기능을 제쳐두고 언론과 시민사회가 너무 부정적 면만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한 경마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농축산업계를 중심으로 “경마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홍보와 규제 완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농림부 김경규 축산정책과장은 “도박은 사회적 필요악”이라고 전제한 뒤 “KRA의 수익금을 늘리는 대신 사회 환원 등을 통해 경마가 국민들로부터 더욱 사랑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 경마에 대한 과도한 규제보다는 건전한 육성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한편 시민사회의 입장은 이와는 다르다. 부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하재필 팀장은 “건전한 레저와 도박과의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장외경마는 국가가 시행하는 도박이지 레저가 아니다”며 “친구 및 가족들과 함께 손잡고 즐기는 여가 활동을 레저라고 규정할 때, 모니터 화상으로 경마 진행 상황을 보고 베팅하는 장외경마장은 레저의 기본적 요건을 전혀 충족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한 하 팀장은 KRA에 대해 공기업으로서의 사회윤리적 책임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현재 10만 원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유명무실한 베팅상한제의 시스템화 및 장외경마장과 스크린 교차송출 폐지를 주장했다.
학계의 의견 역시 시민사회와 동일한 측면이 많았다. 한양대 관광경영학과 이훈 교수는 “수익창출에만 몰두하는 KRA의 접근 방식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접근성과 경마 수요를 이유로 도심 한가운데에 장외경마장을 설치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장외경마장 확충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그리고 이 교수는 “정책방향을 양질의 여가 제공 및 건전한 경마문화 창출로 잡고 다양한 콘텐츠를 창출해야 하는데 지금 실시되고 있는 이벤트는 일회성에 그치는 등 단순 서비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외국의 사례와 비교할 때 한국 경마의 후진성은 더욱 드러난다. 이 교수는 “온 국민의 축제로 자리잡은 영국 경마 더비가 열리는 날에는 국왕에서부터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경마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며 “이는 경마가 국민적 레저 스포츠로 자리토록 정부와 관계 기관의 끊임없는 노력, 그리고 경마에 대한 국민적 사랑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말했다. 경마 선진국들은 한 차원 높은 안목을 바탕으로 자국 경마를 전통있는 레저 스포츠로 정착시켜 왔다. 이런 외국의 사례는 한국 경마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이 교수는 수익의 사회 환원이라는 긍정적 측면과 관련, “문제의 핵심은 경마 주요 고객이 대부분 중하위 소득계층이라는 데 있다”며 “서민의 실질적 피해를 관심 있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경마를 비롯한 사행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손봉숙 의원은 “문제의 심각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정부 당국만 이를 모르고 있다”며 “사행산업에 대한 정책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박공화국’으로 치닫는 한국사회
지난 8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사행성 게임산업의 실태 및 대안’ 토론회에서 발표된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국내 사행산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5대 국가 시행 사행산업의 경우 지난 2000년 6조6000억 원이었던 총매출 규모가 2005년 11조 1300억 원으로 2배가량 급증했다. 뿐만 아니라 주택가까지 침범한 불법 도박의 규모는 30조 원대에 이르고, 탈세도 8조 원대로 추정된다. 가히 ‘도박공화국’이라 불릴 만하다. 특히 국가 공인 갬블산업의 수익금 중 정부기금으로 조성된 규모는 2005년 예산안 기준으로 볼 때 1조2937억 원으로 국가 전체 기금인 318조9857억 원의 0.4%에 불과하다. 이는 사행산업으로 마련된 기금의 사회 환원이 사실상 미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박중독 현황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났다. 우리나라 국민 중 18세 이상 성인의 9.3%(320만여 명)가 도박중독자로, 캐나다(2.6%)나 호주(2.1%)보다 4배 정도 높다.
지난 9월 3일 발표된 현대경제연구원의 ‘카지노 자본주의의 폐해’라는 보고서도 국민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995년 2조~3조 원 규모에 머물렀던 도박관련 산업의 규모가 2005년에는 35조2천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2005년 국내총생산(GDP, 806조 원)의 4.4%에 해당되는 수치이다. 이를 국민 1인당으로 단순 환산했을 경우 연간 약 75만 원, 4인 가구 기준으로 300만 원가량을 사행산업에 쏟아 부은 셈이다. 뿐만 아니라 사행산업의 성행으로 2005년에 14만여 명이 실업자로 전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행심리의 만연으로 인한 고용 인구 감축 등 국가적 성장 동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상무는 “사행업의 발전에 따른 배금주의 확산과 지하경제 확대, 그리고 부정부패의 만연은 근로 의욕과 윤리의식을 마비시키고, 이러한 경제 정신의 실종은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8월 26일 KBS 보도에 따르면 한 해 5조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경마, 여기에 최소 3조 원으로 추정되는 사설 경마, 그리고 스크린 경마까지 10조 원이 넘는 돈이 해마다 경마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국내외 관광객 유치 및 레저 스포츠 활성화, 세수 확대, 그리고 각종 복지 기금 마련 등을 명분으로 시행 중인 경마 등 갬블산업이 결국 서민 주머니만 턴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장외경마장은 국가 공인 도박장?
우리나라에 있는 경마장은 과천, 부산경남, 제주 등 세 곳. 하지만 경마장이 단순히 세 개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화상경마장’이라 불리는 장외발매소(KRA PLAZA)가 수도권 25곳(서울 13개소, 경기 9개소, 인천 3개소)과 지방 7곳(부산 2개소, 대전, 광주, 천안, 창원) 등 전국에 32곳이나 개설돼 있기 때문이다. 장외경마장은 실내에 발매소를 설치해 이용객들이 마권을 구입한 뒤 스크린을 통해 실제 경마 경기의 생중계를 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런 장외경마장이 사회 내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먼저 장외경마장과 금요경마의 열풍에 관한 논란을 들 수가 있다. 지난 2005년 9월 30일 부산경남경마공원이 개장함에 따라 전국에서 금요경마가 10년 만에 부활을 했다. 공원 측 관계자는 “부산경남경마공원 조성 공사비가 막대함에 따라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 금요 경마를 부활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금요경마가 장외발매소를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는 현실이다. 하루 평균 1만여 명이 몰려 연 25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영등포 장외발매소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도박장이다.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사법당국은 사행성 오락산업에 철퇴를 휘두르고 있지만, 전국에는 도박제국의 위험을 안고 있는 장외경마장이 금요경마와 더불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두 번째로 장외경마장 설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지역주민과 KRA 간 대립이다. 대표적 지역이 강원 원주와 전남 순천이다. 지난 5월 서울행정법원에 농림부를 상대로 ‘마권장외발매소 설치 승인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한 원주지역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물리적 방법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화상경마장 설치를 저지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혔다. 또한 원주 경마장 승인 과정에서 KRA가 무리하게 사업 추진을 전개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월 20일 한나라당 이계진, 민주당 손봉숙, 민노당 강기갑 의원 등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원주 경마장 장외발매소 승인 과정에서 농림부는 악의적 허위, 왜곡 보고서를 작성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이 이날 공개한 ‘원주 장외발매소 건물 선정 승인 검토’라는 농림부의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화상경마장 유치에 지역주민을 비롯, 시민단체, 시 의회 등이 적극적으로 찬성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원주시가 지역구인 이 의원은 “지역에서 모두 화상경마장 설치에 반대했는데도 보고서에는 찬성한 것으로 돼 있다”며 관계 당국의 허위 보고서를 반박했다. 오는 12월 화상경마장이 개장될 것으로 알려진 순천 지역도 상황은 이와 다르지 않다. 여수와 광양, 남해 등 인근지역 시민단체까지 가세해 ‘순천 화상경마도박장 설치 반대 범시민대책위’를 구성, 지금까지 100여 차례 반대 집회를 개최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순천 YMCA 김석 시민사업부장은 “추진 과정에서 비리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화상경마장 설치를 용인할 경우 정부는 합법을 가장해 도박을 권장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화상경마장을 둘러싼 대립은 각 지역별로 거세게 불고 있다. 갈등은 지난 2003년 마사회가 매출 확대를 위해 울산과 원주, 순천, 청주 등 지방 중소도시 13~16개소에 화상경마장을 설치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시작되었다. 2005년을 기준으로 경마산업 총매출의 70%가량을 화상경마장이 기록했다. 때문에 장외경마장 설치 예정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KRA는 화상경마장 확대 계획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 김남근 변호사는 “도박업소가 직장, 주거지 등에 근접할 경우 접근성 등을 이유로 도박중독자 양성 등 여러 사회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에 인구가 밀집된 도심으로부터 벗어난 곳에 설치하는 것이 사행산업의 대원칙”이라며 “오로지 수익창출에만 혈안이 돼 주택가까지 파고드는 장외경마장의 확산은 심각한 사회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손봉숙 의원도 “국내 경마산업이 이처럼 장외발매소의 수입에 의존하는 한 가족단위 건전오락장의 꿈은 결코 실현되지 않을 뿐더러 국가가 시행하는 공공 도박장으로 전락할 뿐”이라고 장외발매소 확산 정책을 비판했다.
경마도박으로 멍드는 부산 경남
개장 전부터 레저세 감면 공방 등으로 차질을 빚었던 부산경남경마공원(이하 경마공원)은 2005년 9월 30일, 각계 인사 및 부산경남지역 주민들의 축복 속에 화려하게 개장했다. 경마공원은 총공사비 4627억 원이 투입, 3만여 명 수용 규모로 2000m와 1600m, 1400m 등 경주로 3면이 완비된 초대형 경마장이다. 지방재원 확충 및 가족놀이 공간, 고급 레저 문화 창출 등의 기능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경마공원이 개장한 1주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당시 경마장 유치를 가장 반긴 곳은 다름 아닌 해당 지자체인 부산과 경남이었다. 재정자립이 확고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 경마장으로부터의 세수 확보는 지방재정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때문에 경마장을 비롯한 사행산업장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하고 각 지자체마다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는 단편적인 면일 뿐, 현실적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부산경실련 하재필 팀장은 “경마도박이 도박중독자 양성 및 가정 파괴, 그리고 2차 범죄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그에 대한 사회 비용은 단순한 세수 확대를 훨씬 초과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11일 경마공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개장 이후 1년 동안 총 55만 3156명이 입장해 8717억3600만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또한 경마공원이 1000억 원을 상회하는 지방세를 부산과 경남에 납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마공원 관계자는 “한국전력공사 등 지난해 지방이전이 확정된 공공기관 175개의 연간 납부 지방세는 800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며 “지방세 납부규모만을 놓고 보면 175개 공공기관 전부를 유치한 것 이상의 이익이 지자체에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산술적 가치가 지역사회의 이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부산대 경제학과 황한식 교수는 “지방세 규모로만 지역사회 기여도를 따지는 것은 매우 단순한 산술법”이라며 “한전 등 공공기관은 일자리 창출과 실질적 구매세력 확보 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지역의 이미지 제고 등에도 많은 도움을 주지만 경마공원 등의 사행산업장은 소비 세력을 위축시켜 지역경제를 더욱 침체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 시민단체들도 황 교수의 주장에 동의했다. 침체된 부산 및 영남의 경기를 살리려면 산업단지 등 주요 생산 시설이 유치되어야 하는데 이와는 반대로 사행심만 부추기는 경마공원은 지역경제에 오히려 악영향만 끼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실련을 비롯한 시민단체 측은 경마로 인한 여러 부작용 등 사회 문제를 야기해 사회 비용을 더욱 키울 수도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 기자가 현장 취재를 통해 확인한 결과 경마공원에서 이루어지는 경마는 레저나 축제 등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원스레 말이 달리는 모습을 보며 일상생활에 찌든 도시인의 스트레스를 날리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이용객들이 경마 과정에서 지갑의 돈과 생기를 잃어가는 모습들이 역력했다. 이는 KRA를 비롯한 마필산업계가 주장한 축제 분위기의 경마장, 고급 레저 문화로서의 경마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특히 부산에 설치된 범일점과 연제점, 두 곳의 화상경마장은 실제 도박장의 모습을 낱낱이 비추고 있었다. 지난 10월 6일 기자가 찾은 부산 도심의 장외경마장. 그 곳 역시 여타 장외경마장과 마찬가지로 한 손에는 마권, 다른 한 손에는 경마정보지와 컴퓨터용 수성펜을 쥔 이용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바다이야기’ 파문에도 불구하고 ‘도박공화국’은 현재진행형이었다. “6번마 앞서고, 7번, 13번 뒤를 쫓습니다. 6번, 7번, 13번의 팽팽한 접전, 7번마 6번마를 제치고 선두로 나갑니다.” 장내 방송과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대형화면을 따라 입장객들의 입에서는 탄식과 환호성이 터졌다. 한 이용객은 “회사에 은행 간다고 잠시 왔는데, 두 경주에서 벌써 20만 원을 잃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은 “이 곳에 직장인들이 자주 오느냐”는 기자 질문에 “여기 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주변 직장인”이라고 답했다. 도심 중심에 위치한 장외경마장의 사행성과 심각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부산경남경마공원 레저세 감면 문제가 2006년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10월 24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의 한국 마사회 국정감사에서 열린우리당 조경태 의원은 “경마공원 개장 초기 적자를 이유로 막대한 규모의 레저세를 감면받았지만 2006년 상반기 흑자규모가 106억 원에 이른다”며 “잘못된 예측을 바탕으로 체결된 레저세 감면규모는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분과 목적이 옳다 할지라도 수단과 방법이 그르면 역효과를 내는 법이다. 시민들은 지금이라도 정부 당국과 KRA이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기를 고대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부산이 ‘도박공화국’으로 치닫는 현실에 대한 우려에서 나오는 요구이다. 해외 사례처럼 건전한 경마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KRA의 자성과 의식 전환이 요구된다. 지나친 수익구조에 몰두하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을 버리고 시민 편익과 건전한 여가문화 창출이라는 본래의 취지에 맞게끔 획기적으로 변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또 다른 ‘바다이야기’ 파문을 야기, 엄청난 사회 비용을 치러야함을 정부당국과 KRA는 상기해야 한다.
김기성 기자 (kisung0123@newson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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